화, 2021년 6월 22일 - 03:17
모친 농지법 위반의혹으로 인한
출당 결정 관련 의원총회 발언
출당 전에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 부동산 논란으로 인해 당에 누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제게는 토지가 없습니다.
어머니 토지는 저와 무관하다는 것은 독립생계 여부와 계좌조사 등을 한 특별수사본부 불입건 결과로 확인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기획부동산 등의 사기에 넘어가 현재 재산가치가 전혀 없는 토지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통보는 사기를 당해 맹지의 토지를 불가피하게 보유하게 된 어머니의 상황에 대한 단순한 법률적 설명일 뿐입니다. 이를 이유로 어머니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시했고 저는 연좌제 성격으로 오늘 출당되는 것입니다.
저를 특수본에 수사의뢰 하셨다니 엄정한 수사를 기대합니다.
저는 농지를 소유한 것이 없으니 복당을 위해 무혐의를 받아야 할 내용은 농지법 위반 무혐의가 아니라 어머니 토지 구매에 제가 관여했는지 여부, 제가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구구절절이 제 처지를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좀 다른 얘기를 하려고 나왔습니다.
당의 이번 조치를 두고 ‘선당후사’를 얘기합니다.
당을 위해 개인이 억울해도 희생하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전근대적인 태도를 발견합니다.
제가 핵발전소,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는 데에는 이들이 단순히 환경과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명백히 생명에 위협이 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 지역과 소수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집 앞에 원전 입지를 반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권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는 것이 그 얘기입니다.
우리 당의 강령을 다시 들춰봤습니다.
“유능한 정당, 책임 있는 정부를 통해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고 사회 경제적 양극화를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하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이다” 입니다.
누구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국가의 안보, 경제성장을 이유로 수시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유를 억압해왔습니다.
많은 선배들의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확대되는 과정이 역사 진보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전근대적 가치의 신봉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고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도덕적 수단이 필요할 때, 비도덕적 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다”라고 주장합니다.
어떤 분들은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도덕적 수단을 통해서 고귀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정치다”라고 주장합니다.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정치철학 논쟁의 주요 주제로 보입니다.
제가 청년 시절 환경운동을 하다가 유학을 갔던 독일의 헌법 제1조를 인용하겠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독일 국민은 이 불가침·불가양의 인권을 세계의 모든 인류공동체,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 인정한다”
우리 헌법 역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권익위의 조사결과를 받아든 당의 지도부가 현재 정치적 상황과 처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한 억울함들에 비하면 저 개인이 억울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출당이 되어도 국회의원직은 유지됩니다.
그것보다도 저는 이번 기회를 빌려 우리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전근대성이 양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근대 영국법의 비조인 윌리엄 블랙스톤 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한 국가를 운영하려는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작은 행동 하나에서도 사소한 결정 하나에서도 원칙과 가치, 그리고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 6. 22. 국회의원 양이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