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2년 11월 28일 - 06:04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바람과 해를 담은 정치,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입니다.
오늘 저는 한국전력 적자에서 시작된 위기상황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유래 없는 적자 30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적자가 올해만으로 그치지 않아서 한국전력공사 자본잠식까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부작용이 큰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와 도매전기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초유의 적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은 치솟아 전기생산 단가는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도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체계와 달리 그동안 연료비를 원가에 반영하고 있지 않아, 전기요금의 시장신호 기능과 수요조절기능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에너지소비 절감효과를 반감시키며 에너지수입 비용 증가로 인한 무역적자 심화는 물론, 결과적으로 에너지 다소비자의 보조금 지원 효과로 부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문제들이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에,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전기요금 정상화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동안은 연료비가 상승하건 하락하건 전기요금에 연료비가 연동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다 보니 한국전력공사는 에너지가격이 낮을 때의 흑자로 에너지가격이 높을 때의 적자를 상쇄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 초부터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과거의 에너지가격 변동의 결과 발생한 한전적자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5조, 6조 정도 발생하던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예정인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이어받아 전기요금에 연료비 원가를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과제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생각보다 전 정부 탓을 하면서 부작용이 큰 방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전채 한도를 늘릴 것을 국회에 요구하고 도매가격인 SMP 상한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희생양 삼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소에서 구매하는 도매가격은 상반기 169원이었고 하반기에는 200원을 훌쩍 넘었는데도 지난 10월 최종 인상분까지 소매가격에 반영하는 전기요금은 127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올 연말에 30조원의 한전적자가 예상되는 것입니다.
올해 적자를 내년 적립금과 자본금으로 메꾸고 나면, 남는 적립금과 자본금은 15.9조원입니다. 지금과 같은 고에너지가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2024년에 남아 있는 적립금과 자본금으로 2023년 적자 30조원을 메꿀 수 없어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력소비가 500테라와트시 가량이니 1원 올릴 때 5천억원의 전기요금 수입이 늘어납니다. 30조원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60원의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구체적인 인상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회가 한국전력공사 채권 발행한도를 5배로 늘리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하에 최대 6배까지 늘리는 안을 오늘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 시켰습니다.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기반을 닦은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못하니 대규모 적자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한전이 돌파구를 찾기 못해 고육지책으로 채권발행한도를 늘리는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는 빚으로 빚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며 자금시장에서 트리플 A의 한전채가 블랙홀처럼 자금을 흡수하여 자금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중도개발공사의 2050억원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철회하며 일으킨 치명적 파장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무책임한 헛발질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채권시장의 신용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추가로 수십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민간의 자금시장을 경색시킬 뿐입니다. 우량한 공기업과 민간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채권 구축(크라우딩 아웃_Crowding Out)’ 상황이 벌어지고, 나아가 한전발 금융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에 불과 합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한전 채권 발행 한도만 높이는 것은 국가의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는 SMP상한제를 통해 한전의 부담을 경감해 주겠다고 합니다.
내일 25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SMP(도매 전기요금) 상한제를 도입할 계획임이 알려졌습니다. SMP상한제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 오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어 거래 가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SMP상한제가 실시되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상한으로 정해진 가격까지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서는 가격이 높은 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사 올 수 있어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지만 발전사업자들은 한전적자를 떠 앉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전의 발전자회사나 민간발전사의 경우 건설비와 연료비 등을 정산조정계수나 총괄원가보상제도 등을 통해 원가를 보장하고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실상 SMP상한제가 적용 되는 것은 집단에너지 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국한될 것입니다.
한전 적자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SMP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한전의 손실을 영세한 발전사업자들에게 떠넘기고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희생양 삼으려 하는 것입니다.
● 한전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명료합니다.
전기요금에 연료비 등의 발전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가격 신호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전력시장이 정상화되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원가이하의 전기요금 공급은 전기다소비 수용가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월 2천억원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한 대기업은 월 1천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는 꼴이며, 월 1천 5백만원의 주택용 전기요금을 내는 한 전기다소비자는 월 7백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는 꼴입니다.
전기요금은 원가를 반영해 정상화해서 전기 다소비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비용을 받고, 에너지 취약계층 등에게는 에너지바우처 등을 지급해 기본적인 에너지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전기요금 원가 반영은 새로운 경제기회를 제공합니다.
높은 국제 유가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유류세는 감면해주더라도 유가 원가는 반영하고 있습니다. 높은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전기차와 수소차로의 산업전환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도, SMP상한제를 시행하는 것도 부작용만 키우고 결국 자본잠식과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폭탄을 뒤로만 넘기는 꼴입니다.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근본적 대책 없이는 한전 적자 문제는 해소할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더라도 향후 3년 간 추진할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세워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도 현재의 상황을 소상히 투명하게 설명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합니다.
하여,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를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우리 국회도 한전 적자의 원인과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서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과 소통하며 노력해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1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이원영
자유발언 보러 가기 : https://youtu.be/y27OHrFSp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