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한도 상향은 “빚으로 빚 막기, 진통제로 병 악화” 한전적자 해결 못하고 자금시장 악영향, 기업들 부도위기로 몰아 근본적 원인 전기요금 원가반영 대신 전 정부 탓만
-올 9월 기준, 한전은 235원에 사서 116.5원에 판매, 팔수록 손해
-해결책은 전기요금에 원가 반영 … 전력시장 정상화, 가격기능 회복
-산업부·한전, 요금 정상화 대책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 만들어야
■ 한전적자 근본원인 해결 없이 한전채 한도 늘리면 자금시장 위기 가속화
○ 발전소 연료인 화석연료비용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발전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 2021년 한전 적자는 5.6조이다. 올 9월말 적자는 17.4조원이고, 연말 기준으로 30조원으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5배가 늘어난 규모이다.
○ 임의적립금으로 작년 적자 5.6조원을 메꾸고 나면 27.8조원이 남는다. 올해 말 예상 적자 30조원은 내년 예상 결손금이 되는데, 임의적립금 27.8조원으로도 부족한 상황이 되어 기타자본 또는 이익준비금을 써야 한다. 결국 자본금(3.2조원)과 전체 적립금(42.7조원) 총액인 45.9조원이 15.9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 높은 화석연료 가격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 내년 적자를 올해와 같은 30조원으로 가정하면 2024년에는 적립금과 자본금 모두 소진하게 되어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부도를 막기 위해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빚을 빚으로 돌려막기 하겠다는 것이며, 중증에 걸린 환자에게 치료는 하지 않고 진통제만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발 자금시장 경색에 더해 한전채발 자금시장 블랙홀 등장으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게 되어 가뜩이나 자금조달이 어려워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 자본금+적립금은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고 부채 한도의 기준이 된다. 한국전력공사는 대표 공기업으로 국가와 같은 신용등급을 받는데, 재무건전성을 회복하지 않은 채 부채 한도만 늘리면 자금시장 악영향을 주고 국가신용도에 부담이 될 것이다.
■ 한전채 돌려막기하면 적자 늪에 더 깊게 빠져들 뿐
○ 한전은 전력구매대금 지급과 만기채권 상환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 10월까지 한전채의 누적 발행액은 62.8조원에 이른다.
○ 올해는 10월까지 23.9조원을 발행했는데, 이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발행한 21.4조원보다 많은 규모이다. 올해 초 2.33%로 시작했던 금리는 10월 말에 5.99%로 크게 치솟았다.
○ 올 10월 한 달 동안 18회에 걸쳐 3.4조원의 한전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그중 3회는 유찰되었고 결국 61%인 2.1조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 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채 돌려막기’를 해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허우적댈수록 더 깊게 빠져들 뿐이다.
■ 한전채 고금리 대량 발행은 폭탄 돌리기
○ 한전의 재무상황만 보면 한전채 발행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로 인해 민간의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나아가 한전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전이 회사채를 고금리로 대량 발행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우량한 공기업과 민간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채권 구축(크라우딩 아웃_Crowding Out)’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한전 앞에 쌓인 눈을 치우겠다고 눈덩이를 크게 만들어 내려보내서야 되겠는가?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 것인가?
■ 적자 계속되면 자본잠식 상황 우려
○ 현행 한전법은 한전채 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로 규정하고 있다.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무한정 부채를 늘리는,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 올해말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45.9조원으로 전망되는데 예상 적자인 30조원을 메꾸면 15.9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적자가 이어진다면, 자본금과 적립금으로도 모두 메꿀 수 없는 그야말로 자본잠식의 상황에 이를 것이다.
○ 오늘(11.22.) 법안소위에 한전채 발행한도 상향과 관련된 법안이 상정되는데, 김정호 의원案은 발행한도를 8배로 상향하는데 비해, 성일종 의원案과 성일종 의원案은 발행한도를 5배와 10배로 상향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산업부의 승인을 통해 한도를 초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사채 발행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처럼 행정부(산업부)에 ‘한도를 초과하는 재량권’을 주는 것은 법률 취지에 반하고 입법례도 없다.
○ 한전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전채 발행한도 상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문제는 상향을 해줘도 한적적자 심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도 상향과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같이 제시돼야 한다.
■ 산업부, 불편할 진실 알리고 요금정상화 대책 마련해야
○ 해결책은 명료하다.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 9월 전력 도매가격은 킬로와트시당 235원인데, 소매판매요금은 116.5원에 불과하다. 한국전력공사는 235원에 전기를 사서 116.5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상정 전체회의에서, 현재의 한전 적자 사태의 원인을 지난 정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연료비가 반영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했고 전기요금 조정범위를 제한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돌발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인데, 이런 경우는 전기공급 약관만 변경하면(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 인가로 확정) 원가 반영이 가능하다. 현 정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전 정부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 싼 전기요금 유지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한전채 발행은 그 자체로도 전기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되돌아가며 결국에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메꿔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국민이 대신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 고유가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폭등할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깎아도 원가이하로 공급하지는 않는다. 높은 유가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신호가 제 기능을 발휘해서 새로운 산업전환의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전기요금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에 부과된 세금은 깎더라도 원가는 보장해야 전력시장이 정상화되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사회적 취약계층 등을 위한 에너지복지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 진통제 용량을 늘리면 당장은 통증이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진통제를 놔야 하고 진통제의 부작용은 다른 장기를 망가뜨리게 되어 결국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미 대증요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다. 점점 커지고 있는 용종을 도려내는 과감한 수술이 필요할 때이다.
○ 지금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한도를 아무리 늘려줘도 결국 자본잠식과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전이 부도를 면한다 하더라도 자금시장 악영향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 우선, 산업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국민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고,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을 밝혀야 한다. 전기 소비자인 국민들도 불편한 진실에 마주해야 한다.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