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2023년 1월 12일 - 02:33
어떤 권력도, 어떤 정치도 표현의 자유를 침탈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1. 대한민국 국회사무처는 ‘바람보다 더 빨리 누웠습니다.’
2023년 1월 9일 새벽 2시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2023굿바이전 인 서울>의 전시작품을 강제철거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자행된 초대형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의정사에 기록될 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의 하나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국회는 헌법에 근거해 법을 만드는 곳이자 민의를 받드는 곳입니다. 그런 국회에서 30명의 작가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습니다.
국회사무처는 작가와 주최단체, 주관자에게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입니다. 다시는 국회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국회사무처의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만이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대한민국 언론은 ‘바람보다 더 빨리 칼바람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펜은 칼보다 잔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 언론이 “빈곤 포르노”에서 ‘포르노’만 보았던 것처럼 <2023굿바이전 인 서울>에서도 ‘누드화’라는 자극적 문구만 차용했습니다. ‘대통령누드화 논란’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작가들이 침해받은 권리, 표현의 자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의 자유 역시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이듯이 예술도 그러합니다. 내 손끝에 박힌 가시만큼, 딱그만큼이라도 작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언론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언론이 <2023굿바이전 인 서울>의 작품들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습니다. 작가의 해설을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누드화’, ‘나체’라는 키워드만 옮겨댈 뿐이었습니다.
예상해 봅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자유를 침해받을 때 대다수는 언론을 지켜주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12명의 <2023굿바이전 인 서울> 주관 국회의원들은 침해받을 수 없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겠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참언론으로 거듭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3.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바람보다 더 빨리 울었습니다.”
주호영 대표는 작품을 향해 “국민 누가 보더라도 저질스러운 정치 포스터이고 인격 모독과 비방으로 가득 찼다”며 딱 그 다운 관람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한 느낌을 받는 것, 평을 내놓는 것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어야만 살 수 있는 처지도 십분 알겠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시작한 지금 정권의 여당, 원내대표라는 것도 잘 알겠습니다.
이와같은 작금의 현실을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과 국회의원 12명은 이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마주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다음과같이 요구했습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굿바이 서울전을 주최한)의원 12명의 행위에 대해서 윤리 심판할 것을 요청한다.”입니다. 역시나 침해로 얼룩진암수를 준비한 것입니다. 이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할 일은 권력을 위해 바람보다 더 빨리 우는 것이 아닙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님에게 충언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국회의원 선서의 무게를 잊지 마십시오. 실천하십시오.
4.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입니다.’
국회사무처가 전시작품을 기습적으로 강제 철거하고, 언론과 정치인이 작품을 조롱하는 이 사태는 엄연한 폭력입니다. 이런 폭력이 통용되는 정치가 싹트는 것은 비극으로의 회귀입니다.
따라서 <2023굿바이전 인 서울>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국민 속으로 갈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인이라는 책임으로 <2023굿바이전 인 서울>과 함께 국민 속으로 가겠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습니다.
2023년 1월 12일
국회의원 강민정, 김승원, 김용민, 민형배, 양이원영, 유정주, 윤미향, 이수진(동작),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