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국회마저 짓밟은 표현의 자유, 전시작품 무단철거한 야만적 국회사무처를 규탄한다!

Channel

월, 2023년 1월 09일 - 08:29

Printer Friendly, PDF & Email
분야

[기자회견문] 국회마저 짓밟은 표현의 자유, 전시작품 무단철거한 야만적 국회사무처를 규탄한다!

국회사무처가 오늘(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 철거했습니다. 작품들은 오늘 열릴 ‘굿바이전 in 서울’전시회를 위해 전날 오후 설치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9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습니다.

이에 탈법, 위법, 불법, 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습니다. 정권 앞에 줄 서느라 제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일부 언론에 대한 풍자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곧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습니다.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시민들에 미처 공개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구석 어딘가에 갇혔습니다.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극명히 드러난 ‘정치의 예술 문맹’ 그 민낯이 참담합니다.

이번 철거는 주최 측인 사단법인 서울민족예술인총연합과 굿바이전조직위원회와 협의되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국회의원 12명도 철거에 동의한 바 없습니다. 오직 국회 사무총장의 알량한 권한으로 무단 진행한 것입니다. 국회사무처는 공동주관 의원실에 어제저녁 7시 이후부터 공문을 보냈습니다. 세 차례 ‘자진철거’라는 미명으로 겁박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공동주관한 의원들 간 소통이 어려우니, 다음날에 답을 드리겠다 했지만, 철거는 새벽에 이루어졌습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그 근거로 들며, 공문에 “국민 통합과 공동체의 화합을 저해하는 작품을 자진철거하라”고 기재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점 확인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 기본권입니다. 우리 헌법에 따라 누구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지닙니다. 일제 강점기 저항예술인들이 목숨과 맞바꿔가며 어렵사리 수호한 표현의 자유입니다. 민주화 운동 무렵 민중예술가들이 모진 탄압을 감내하며 쟁취한 표현의 자유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이번 행태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몰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낙인찍은 1989년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퇴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민의를 대변합니다. 국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합니다. 이 같은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오판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웃자고 얘기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국회사무처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의장은 이제라도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한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합니다. 전시회의 정상적 진행을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2023년 1월 9일

국회의원 강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용민, 민형배, 양이원영, 유정주, 윤미향, 이수진(동작),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