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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1년 10월 19일 - 02:21
- 상추 실험에서 ‘잠재적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kg 당 67.9µg 검출, 국내 첫 사례
- 몸무게 30kg 초등학생이 실험 상춧잎 3장 먹으면 WHO 기준 초과
- 다른 농산물도 축적 가능, 녹조 지역만이 아닌 국민 전체 건강 위협
- 녹조 물로 키운 상추 가식 부위(상춧잎)에서 남세균(Cyanobacteria)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67.9 마이크로그램(µg/kg bw/day) 검출됐다. 이번 분석은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토탈 마이크로시스틴(MCs)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해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다수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등에서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대규모 녹조 창궐이 일상화됐다. 그에 따라 녹조 우심 지역 부근 농산물 안전성 우려가 컸지만, 그동안 환경부 등 정부는 ‘녹조 독소의 식물 흡수 기작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안전성 검증을 외면해왔다.
-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 대구환경운동연합,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사)세상과 함께,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했다. 수채와 상추 내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 (WHO)는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가이드 라인을 사람 몸무게 1kg 당 하루 0.04µg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낙동강 녹조로 키운 상추에서 검출된 kg 당 67.9µg을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하면 상품으로 유통되는 6g 상춧잎 한 장에 대략 0.4074µg(1g에 0.0679µg)이 축적된 꼴이다. 이는 몸무게 30kg 초등학생이 하루 상춧잎 3장만 먹어도 WHO 가이드 라인(1.2µg)을 초과한다는 말이다. 60kg 성인의 경우 6장이면 가이드 라인(2.4µg)을 초과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으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남세균 독소는 간 독성, 신경독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성 가이드 라인이 대부분 성인 위주로 선정되기 때문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이 등 노약자의 경우 독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채수, 상추 재배,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2021년 8월 13일 낙동강 이노정 부근에서 채수한 녹조 물을 가로 60cm, 세로 120cm, 높이 20cm(물 높이 10cm)의 비닐 시설(일종의 간이 수경 재배)에 넣고 여기에 ‘상추 재배 세트(첨부 1 사진 참조)’를 담가 8월 17일까지 5일간 재배했다. 낙동강 이노정 부근의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이 미국 EPA가 공인한 Method 546 실험방법을 이용해 분석했고, 여기서 리터(L) 당 600ppb의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했다. 상추 내 토탈 마이크로시스틴 축적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UPLC MS/MS 방법을 사용했다(※ 자세한 분석 방법은 첨부 2 참조).
- 조사는 실험을 위해 낙동강에서 채수한 녹조 물에서 상추를 재배했다는 점에서 일반 농경지 재배 작물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소가 농작물에 축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벼와 같이 우리 국민이 주식으로 삼는 다른 농작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지만, 앞서 밝혔듯이 4대강사업 이후 정부는 그간 관련 조사를 사실상 회피해왔다. 또 이번 조사는 남세균 독소가 음용수 외에도 농작물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하는 분석이다. 중국 윈난성 뎬츠호(Dian Lake)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MCs) 함유량(μg/L, ppb)이 각각 120 / 600 / 3,000일 때 벼 모종(Seedling)에 2.94 / 5.12 / 5.40의 MCs 축적된 사례가 있다. 다른 나라에선 뿌리채소, 잎채소 등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이 확인된 사례가 있고, 상추의 경우 잎사귀 표면 기공에서 남세균이 발견되기도 했다(첨부 1 사진 참조).
-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해외 연구 사례와 다르게 작물 내 녹조 독소 축적을 부정해왔다. 환경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 ‘녹조 Q&A’에서 ‘Q : 녹조가 생긴 물을 농작물에 줘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가능합니다. 과일과 채소의 독소 흡수 기작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2016년 「녹조,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소책자에서 환경부는 “유해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경우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용수의 이송과 저류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유해남조류(녹조)가 포함된 농업용수의 안전성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농수로 등에서 남세균 독성이 감소해 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 연구 배경과 목적에서 “녹조 발생 농업용수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자료 확보로 국민적 우려 해소”라고 적시하는 등 실질적인 남세균 독성 축적의 위해성보다 회피성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남세균 독성은 햇볕과 물이 공급되는 논이나 밭 토양은 물론 농수로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2021년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 주변 농수로에서는 녹조로 가득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첨부 1 사진 참조). 또 전문가들은 남세균 독소가 지하수로 유입되면 독성이 분해되지 않고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 8월 낙동강과 금강 하굿둑 주변에서 리터(L) 당 최대 7,000ppb라는 기록적인 토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 있다. 농경지로 직접 물을 공급하는 금강 서포양수장과 용두양수장은 각각 5,000과 1,500ppb가 검출됐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작물에 따라서는 농업용수에 포함된 남세균 독소 중 최대 40%, 적게는 5~10%가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금강 서포양수장의 경우) 10%만 잡아도 500ppb가 축적된다는 말인데,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부경대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벼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시스템 없이 축적만 된다면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내 남세균 독소 축적은 국민건강 문제로 직결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농산물 안전 문제가 녹조가 심각한 낙동강, 금강 하굿둑 등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산물은 해당 지역만이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서울 가락시장 품목별 출하 지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깻잎 44.7%, 당근 19.5%, 부추 20%, 수박 11.2%, 양상추 34.6% 등이 낙동강 권역인 경남지역에서 출하됐다. 이 중 어느 정도가 낙동강 본류 물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체계적이지도 않다. 거듭 강조하지만, 녹조 창궐에 따른 농산물 안전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대책이 시급하다.
- 10월 11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내년 4월까지 7개월간 ‘녹조 관리 선전화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유해 남조류 독성의 농산물 안전성 영향을 분석한다고 한다. 물리적 4대강사업 완공 이후 만 10년 동안 녹조 독성의 환경 위해성 문제를 외면하던 환경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은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조사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녹조 위해성 문제에 있어서 그간 ‘과소보호 금지 원칙’이라는 헌법상 국민 권리를 외면했던 환경부 등 정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부가 이번 농산물 조사를 국가기관과 비교해 자원동원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민간단체가 낙동강 등에서 남세균 독소를 분석하자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추진한다면 환경부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농산물 안전성 영향 조사에 있어서 민간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래야 데이터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조에 대한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민관 공동 논의 단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4대강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는 이제 ‘독조’ 상태가 됐다.”면서 “독조에 가장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는 막혀 있는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정부는 낙동강, 한강 보 처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고, 국회는 낙동강, 한강 취‧양수장 개선 예산을 증액해 편성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주관한 국회의원실과 민간단체 등은 향후에도 남세균 독소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수진 의원(비례) 대구환경운동연합‧<오마이뉴스>‧<뉴스타파>‧(사)세상과 함께‧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