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2년 7월 04일 - 03:05
지혜 모아 에너지위기 극복해야할 때,
가짜뉴스로 원전 정치하는 언론의 자성 필요
- 명백한 오보에도 사과나 정정보도 없이 디지털면만 수정하는 것 문제있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고유가 에너지 위기와 관련하여 원전을 억지로 꿰맞춘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민일보에서는 <탈원전 주장하던 독일의 녹색당이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는 내용이 두 차례(`22.6.27, `22.6.29) 지면과 온라인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독일 녹색당은 원전의 수명연장을 검토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29일 지면 보도 이후 사실확인 문의가 이어지자 30일 디지털면에만 ‘독일’을 ‘핀란드’로 슬그머니 수정하였다. 이미 독자들은 위 뉴스가 사실이라고 인지하고, 해당 기사를 인용한 보도(MBC ‘뉴스투데이’ 주요 뉴스 소개 코너, ‘22.6.29)도 이어진 이후이다. 그러나 잘못된 내용을 정정한다는 보도는 없었다.
핀란드 녹색당이 원전을 지속가능한 발전원으로 간주한 이유 중 하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025년에 건설 운영될 예정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에 있다. 핀란드는 30년에 걸친 지질조사 과정은 물론 다양한 정치사회적인 상황도 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독일 녹색당과 핀란드 녹색당을 동일시한 오보는 마치 독일 녹색당이 원전을 지속가능한 발전원으로 인정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독일 녹색당이 집권당이고 역사적 상징이 있기 때문에 오보가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일보는 6월 23일 <‘文 탈원전 모델’ 독일마저…올해 3기 수명연장 검토>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독일이 현재 남아있는 원전 3기에 대해서 올해 말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에너지 대란으로 수명연장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폐쇄될 예정인 3기 원전을 수명연장하자는 주장은 자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Christian Lindner) 재무장관 개인의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 얼마 전 독일 현지를 방문하여,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브리짓 슈벵크(Birgit Schwenk) 총괄국장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독일은 여전히 탈원전을 기조로 올해 말 원전 가동을 멈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슈벵크 총괄국장은 원전은 지속가능하지 않은데다가 1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 로버트 하벡(Robert Habeck)연방경제·기후보호장관 역시 원전 연장은 옵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부 정치인의 주장에 불과한 원전 수명연장을 마치 독일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하고 원전 수명연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기사 제목의 서두에 ‘文 탈원전 모델 독일’을 덧붙여, 정보이용자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 정보전달 또는 사실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은 사라지고,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정치적 행위만 남은 것이다.
이 주제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고 진실 보도를 할 자세가 있다면, 정치인들의 주장을 검토한 독일 정부의 공식 입장, 즉 ‘원전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수명연장은 불가능하다.’라는 내용도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위의 기사들을 본 불특정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독일이 에너지 위기로 원전을 수명연장하고, 친원전 정책으로 유턴했다.’라는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명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에서조차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만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위의 보도처럼 이해관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이지만 우리 사회의 공공성과 미래세대에 매우 중요한 정책에 관련한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제기할 수 있는 ‘침해를 받은 자’는 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 등 언론개혁법 통과를 통해서도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가짜뉴스로 인해 이익을 보는 세력들을 통해 생산-유포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자성과 저널리즘 정신의 복원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언론인은 당장 눈앞의 이익과 클릭 수에 눈이 멀어 가짜뉴스를 무한 반복하지만, 또 다른 언론인은 진실 보도를 위해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한편,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공급 다변화와 대안 마련에 적극 대응 중이다. 일부 원전을 검토하고 있기는 하나 속도가 너무 느리고 비싸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21년에 비해 가스발전은 15.8%에서 15.6%로, 원전은 11.8%에서 5.7%로 줄어든 반면, 재생에너지는 41.2%에서 46.7%로 늘어났고 석탄발전은 27.7%에서 29.2%로 약간 늘어났다.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는 올해 원전 제로는 기정사실화하고 2030년까지 60%로 계획했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다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풍력발전 조류충돌 환경영향평가 규제를 완화하여 인허가 기간을 축소하고 있다.
또한 독일정부는 지속가능하고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6~8월, 월 9유로)과 가스공급 제한을 위한 단계적 조치 등으로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한 시장 시그널을 보내는 정책도 시행하는 중이다.
2022. 7. 4.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이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