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2023년 1월 05일 - 02:01
지하철 무정차는 장애인 권리 문제의 해법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혐오와 갈등의 열차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오늘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지하철 무정차’ 대응 및 승차 거부를 멈추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최근 서울시 지하철은 장애인 권리를 주장하며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려는 장애인 활동가들 앞에 서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제안이 되었다고 하는 ‘지하철 무정차’ 대응으로 서울시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물론 해당 역 지하철을 이용하고자 했던 시민의 발도 묶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의 책임이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며 질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불편의 책임이 정말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정부도, 서울시도, 그리고 대다수 언론들도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 타고자 하고 선전전을 이어가고자 하는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만 말하며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 뿐입니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인 ‘이동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지 벌써 스물두 해가 되어 갑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4년까지,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고 했던 두 번의 약속도 모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2002년 발산역, 2004년 서울역, 2006년 회기역, 2008년 화서역, 2012년 오산역, 2017년 신길역 등에서 장애인은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죽거나 크게 다쳤습니다. 22년간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 장애인들은 지하철 타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장애인들 앞에 멈추지 않는 것은 지하철만이 아닙니다. 교통약자들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을 기준으로 시내버스 30.6%, 마을버스 3.9%, 농어촌버스 1.4%에 불과합니다. 농어촌버스의 경우 100대 중 1대만이 장애인들 앞에 서는 것입니다. 또한, 전국 버스정류장의 버스 여객시설 기준적합 설치율은 45.4%에 불과하여 절반 이상이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합니다. 장애인콜택시로 알려진 특별교통수단 또한 도입률이 법정 기준의 86%에 불과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만 두고 보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렇게 아득히 쌓여있습니다.
장애인 지하철 타기로 지하철이 지연되어 비장애인들이 느끼게 되는 불편함과 때론 분노를 장애인들은 평생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연착되거나 때로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않는 교통수단에 익숙해질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개선 요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답은 2023년 정부예산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0.8% 증액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새해에 들어서는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장애인 활동가들의 지하철 승차를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등 탄압 강도를 높이며 장애인들의 입을 막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애인 활동가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지하철 행동’에 대한 조정안에 따라 5분 이내로 지하철에 탑승하며 선전전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으나, 오세훈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권리와 목소리를 낼 권리를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장애인 인권 문제 해결 방식은 장애인들의 발을 묶고 입을 막아 그들의 존재를 지우는 것입니까? 지하철이 장애인들 앞에 멈추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을 지하철에 태우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의 아픔이 쌓여가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질 뿐입니다.
장애인들이 투쟁하기 위해 출근길 지하철 타는 것이 아니라,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타는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정부는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장애인권단체는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면담 날짜가 잡힌다면 선전전을 유보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혐오와 갈등의 열차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2023년 1월4일
장애인 권리투쟁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