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2022년 12월 23일 - 13:46
위법한 시행령 통치와 부자감세를 용인한 예산안 합의를 재고해야 합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시간끌기와 무책임한 태도로 예산협상에 임해왔습니다. 이를 견제해야 할 더불어민주당 역할은 충분치 못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민주당만 그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제 예산안 합의로 민주당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위법한 시행령 예산과 부자감세에 합의함으로써 원칙도 명분도 잃었습니다.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 잡는 것이 야당의 역할입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그 역할을 포기한 잘못된 합의입니다. 위법한 시행령 통치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부자감세를 저지하고 서민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민주당의 약속 또한 져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온 것입니까? 입으로만 정부의 위법행태를 비난하고, 행동으로는 정작 절반이나 용인해 준 셈이 아닌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옳지 않습니다. 이 정부의 목적과 방향은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있습니다. 위법한 시행령과 무소불위 검찰력을 동원해서 가진 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혈안입니다. 미국과 영국도 법인세를 인상하고, 심지어 횡재세까지 도입하려는 마당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며 법인세를 인하하고, 노동자와 서민을 적으로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기득권만을 위한 잘못된 예산안에 강하게 맞서 싸우지는 못할망정, 적당한 합의로 그들의 허물을 덮어주는 꼴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를 많이 비판합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노력에도 변하지 않는 무도한 윤석열 정부를 기다리고 양보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국회 운영에 있어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고 있는 방법은 다수결의 원칙입니다. 헌법 제49조는 헌법·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의사결정은 다수결에 따르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반이 넘는 의석을 민주당에 주셨습니다. 민주당은 그에 걸맞은 책임정치를 해야 할 역사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타협하고, 양보하고, 내어주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닙니다.
위법한 시행령 통치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심각한 경제위기 민생위기에도 오로지 노동자를 탄압하고, 부자감세에만 혈안이 된 윤석열 정부입니다. 이 폭주를 적당히 받아주고 손잡아주는 것이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입니까? 10.29 참사로 슬퍼하고 비통해하는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막말과 저주를 일삼는 패륜 정당의 잘못을 그저 용인하고 덮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우리는 무도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예산안을 수용한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예산안을 거둬들이고 바로잡아 주십시오.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아우성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제1야당으로서 민주당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민주주의의 둑이 무너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한겨울 광장에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위법에 타협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천명할 기회가 아직 있으니 재고하기를 당부드립니다.
2022. 12. 23.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민석, 박주민, 강민정, 김용민, 문정복, 양이원영, 이수진(동작), 정필모, 최강욱, 최혜영, 황운하, 무소속 국회의원 민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