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2023년 11월 30일 - 05:28
원전 내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 설치 확인, 명백한 원자력안전법 위반
지난 11월 하순, 국내 원전에 대한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제보엔 국내 노후원전 14기에 앵커볼트라는 부품이 설계와 다른 규격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특히 월성원전에서는 내진능력이 필수인 격납건물에도 비내진성능 앵커볼트가 설치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원전 14기 앵커볼트 측정결과 엑셀 파일 16건과, 규제기관의 내부 보고 문건이 확인되었다.
앵커볼트는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나 설비를 콘크리트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지진과 같은 중대사고 발생시에 각종 설비가 제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비상발전, 원자로의 냉각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앵커볼트의 역할이다.
그래서 우리 원자력안전법 및 설계기준에서는, 사고의 예방 및 완화와 관련된 안전설비의 경우에는 이를 고정하는 앵커볼트도 설비와 같이 가장 높은 안전등급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제보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 전체 격납건물에서 지진을 견디지 못하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원자로 1기당 약 3백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가령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의 경우, 전체 353개 중에서 21개만 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략 원자로 1기당 최소 1천 개 이상의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월성원전 1~4호기 전체를 보면 최소 4천 개 이상의 앵커볼트가 내진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앵커볼트의 기준미달은 월성원전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함께 제보된 국내 가동원전 13기의 주요 안전관련기기 설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1천 830개의 안전관련 기기 중 약 30%인 557개 기기에 안전등급에 미달되는 저강도 앵커볼트 최소 7천74개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설계보다 허용오차범위 이상으로 짧은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도 약 1천개 이상으로 집계된다.
이는 모두 설계기준 부적합 사항으로, 측정 가능한 데이터만 산출한 최소값이기에 면밀한 진상 조사와 추가 자료의 확보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원전 격납건물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최후의 방호벽’이다.
격납건물은 사고시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일정한 압력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내진능력이 없는 앵커볼트가 유사시에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각종 장비가 원위치를 이탈하게 되면, 각종 장비의 기능상실 뿐만 아니라 원자로 압력경계가 무너지는 대규모 균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격납건물의 압력경계가 무너지면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아도 균열 사이로 방사능 수증기가 누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규제기관 모두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근 5년 이상 어떠한 조치도 없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앵커볼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재시공이 매우 제한적이며, 특히 격납건물의 경우에는 안전 문제로 재시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수원과 규제당국이 문제상황을 인지하고도 쉬쉬하고 묻어온 것은 아닌지 강력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은 원자로와 같은 대형 설비부터 작은 앵커볼트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로 지난주 금요일 유국희 원안위원장이 원전설비 품질을 강조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 말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밝히는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 비내진 앵커볼트 문제와 가동원전 13기의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모두 원전의 운영허가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다.
김성환, 민형배, 양이원영 세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윤석열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제보된 사항과 관련된 국내 모든 원전 앵커볼트의 부적합 여부에 대하여 철저히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둘째, 정부는 앵커볼트 성능미달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에 대한 근본적 개선방안 등 조치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하라.
셋째, 정부는 원전의 운영허가 취소사항에 해당하는 중대한 안전 결함 문제를 10년 가까이 은폐해 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2023년 11월 30일
국회의원 김성환, 민형배, 양이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