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2020년 8월 29일 - 13:14
조선비즈의 “미 민주당, 50년 만에 ‘원자력지지’”, “원전은 청정에너지”는 아전인수식 해석
조선비즈의 <미 민주당, 50년 만에 ‘원자력 지지’... “원전은 청정에너지” (2020.08.25.)>는 과장·왜곡된 기사입니다[1]. 미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원자력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조선비즈의 기사처럼 원자력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표현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입니다.
민주당이 2020년 강령(Democratic Party Platform)에서 원전을 언급한 것은 맞습니다.[2] 하지만 조선비즈 기사처럼 원전을 지지한다거나 원전이 청정에너지라고 명시한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 강령에 원전이 두 군데 언급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발전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모든 종류의 무탄소(zero carbon) 기술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 중 원전도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민주당은 강령을 통해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사회로 이행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2035년까지 발전부문의 탄소제로(0)화를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내 5억 개의 태양광 패널과 6만 개의 풍력터빈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수력, 지열, 원자력,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도 포함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줄곧 “기술중립적 접근(technology-neutral approach)”을 취해왔습니다. 오바마정부도 원전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기술을 기후변화대응 수단으로 삼은 “모든 종류의 에너지 전략(All-of-the-above Energy Strategy)를 추진했습니다.[3] 그 일환으로 2010년 오바마 정부는 30년간 진행되지 않던 신규 원전(보글, Vogtle) 건설에 10조원 수준의 정부 보증 대출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 완공 예정이던 신규 원전 2기(보글 3&4호기)는 여전히 완공 시점이 불투명하며 16조원으로 예상되던 건설비는 거의 30조원에 육박했다는 추정치가 나오고 있습니다.[4] 보글 원전과 같이 추진되던 버질 씨 써머(Virgil C. Summer) 원전 확대 프로젝트(2, 3호기 추가 프로젝트)는 11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결국 사업지연으로 착공 후 7여년만에 중지되었습니다.[5] 사업에 참여했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는 파산했고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민에게 4조7천억원 상당의 추가 전기요금을 부담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6]
민주당은 원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기술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원전도 포함된 것이지 원전을 지지한다거나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절 승인한 보글 신규 원전 건설에 2배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완공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신규 원전 건설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 강령에서 원전이 두 번째로 언급된 부분을 통해 원전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Joe Biden)과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는 원전의 필요성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정치적 고려로 보입니다. 특히 민주당 내 대통령 경선 후보 중 일부가 신규 원전을 옹호한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5] 바이든과 해리스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은 모호한 반면, 원전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7][8] 원전폐기물은 계속 늘어나지만, 아직 처리장소와 처리방식도 없는 상황에서 관련 연구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강령에서 언급된 원전의 필요성도 그 정도 수준에서 이해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림] 민주당 2020 대선 경선주자의 원전에 대한 입장 (출처: 워싱턴포스트)
바이든의 기후에너지공약(The Biden Plan for a Clean Energy Revolution and Environmental Justice)을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9] 바이든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리고 ARPA-C(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for Climate)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ARPA-C는 미 국방부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나 미 에너지부의 ARPA-E(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Energy)와 같이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설립될 국가연구개발기관입니다. 바이든은 자신의 공약에 ARPA-E 초대원장의 입장을 인용하며 소형원자로에 대한 기술개발을 포함시킨 것입니다. 그것도 소형원자로가 현 원자로 건설비용의 절반이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령에서도 소형원자로는 방사능폐기물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10]
출력 300MW급 이하의 일체형 발전기로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소형모듈원자로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안전성과 경제성에 큰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원자력 설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소형원전은 용량이 작아서 테러 위험성이 높고 보안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되며 전국적으로 분산돼 핵연료와 폐기물 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경제성이 떨어져서 상용화 측면에서 대형원전보다 오히려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합니다.[11] 실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안전성에 대한 지적을 계속 받으며, 아직까지 표준설계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허가를 받는다 할지라도, 소형원자로 건설의향을 비춘 유타도시연합전력공사(UAMPS)가 요구하는 정격설비용량(60MW)과 달라서 승인을 받는데 2년의 추가 검토 기간이 필요합니다(NRC의 설계기준 검토 중인 규격은 50MW). UAMPS는 미국 정부에 1조6천억원의 보조금까지 요구하는 상황입니다.[12]
결론적으로, 이번 민주당의 강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원전 핵폐기물 처리문제와 연계해서 소형원자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지원한다는 내용이지, 신규원전 건설을 옹호한다는 입장이 아니라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원전을 반대해 오다가 지지로 선회했다거나 원자력을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청정에너지로 본다는 조선비즈의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1) “Recognizing the urgent need to decarbonize the power sector, our technology-neutral approach is inclusive of all zero-carbon technologies, including hydroelectric power, geothermal, existing and advanced nuclear, and carbon capture and storage.” (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 51쪽)
2) “We will advance innovative technologies that create cost-effective pathways for industries to decarbonize, including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 that permanently stores greenhouse gases and advanced nuclear that eliminates waste associated with conventional nuclear technology, while ensuring environmental justice and other overburdened communities are protected from increases in cumulative pollution.” (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