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2023년 5월 16일 - 07:00
[왜곡된 에너지 요금을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또 놓쳤습니다.]
오늘 오전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8(5.3%)원,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1.04(5.3%)원 올린다는 산업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2023년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하여 2026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올해 1분기(1~3월)는 13.1원, 2분기는 8원의 소폭 인상에 그쳤습니다.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올해 3,4분기에 kWh당 약 30원을 인상해야 합니다. 3,4분기에 몰아서 인상하면 겨울에 난방비 폭탄이 돌아올텐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습니까?
올해 1분기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kWh당 174원이었으나, 판매단가는 146.6원으로 kWh당 27.4원을 손해보며 전력을 판매해왔습니다. 그 결과 1분기에만 6조1,776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채 발행한도를 4배에서 5배로 상향하면서 올해에는 분기별로 MJ당 2.6원씩 10.4원을 인상하여 2026년까지 미수금을 해소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1분기에는 인상하지 못했고 2분기에도 1.04원의 인상에 그쳤습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 207억 원에서 1분기에 14조2,919억 원으로 2조2,712억 원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전법 개정으로 사채 발행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까지 늘렸습니다. 104.6조 원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으나 올해 4월까지 총 77.1조 원의 사채를 순발행하여, 한도는 27.5조 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채는 결국 빚입니다. 빚 한도를 늘린 결과 한전은 2022년 연말 기준 하루평균 약 40억 원을 이자로 내고 있습니다. 1년이면 1조4,600억 원을 이자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사채 발행한도를 모두 소진하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한전을 깡통 기업으로 만들 셈임니까?
전기와 가스는 공짜가 아닙니다.
문명생활에 필수적인 상품이지만 희소한 시장재입니다.
내가 많이 쓰면 다른 누군가가 못 쓰게 되고 내가 쓴 에너지 요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다른 이가 대신 내야 합니다.
세금으로 메우거나 우리 아이들에게 빚으로 떠넘기게 됩니다.
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요금 체계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쓸수록 보조금이 늘어납니다. 에너지 다소비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것입니다.
원가 이하의 왜곡된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높아진 에너지요금이 부담되는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에는 현금성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설비지원과 현금성 지원를 해주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산업부는 2023년 에너지바우처 지급대상을 주거, 교육 대상자로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상된 에너지요금을 반영하여 지원금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수립하고, 전기요금 인상의 궁극적인 원인인 화석연료에의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에 중심의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에너지 공기업의 엄청난 적자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에너지요금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자꾸 놓치면,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나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고 미래세대에 무책임한 기성세대가 될 것입니다.